조지아 서부, 이메레티 지방의 중심 도시 쿠타이시(Kutaisi). 인구 약 15만 명으로 트빌리시, 바투미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트빌리시가 행정과 문화의 중심이라면, 쿠타이시는 기독교와 학문의 역사가 깃든 곳이다. 시내에서 차로 12km, 참나무 숲 언덕 위에 1106년 다윗 4세가 세운 젤라티 수도원(Gelati Monastery)이 있다. UNESCO 세계유산이다.
쿠타이시는 콜키스 왕국의 옛 수도이기도 하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황금양모의 무대가 바로 이 근처다. 레온두기, 제노아, 페르시아 등 여러 세력을 거치면서 항구로 번영했고, 도시 곳곳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코카서스 산맥을 배경으로 한 붉은 석조의 바그라티 대성당(Bagrati Cathedral)이 언덕 위에서 도시를 내려다보고, 리온 강(Rioni River)변에는 카페 거리가 늘어서 있다.
바그라티 대성당: 1003년, 바그라트 3세의 자부심
쿠타이시의 상징, 바그라티 대성당은 1003년 바그라트 3세가 처음 세웠다. 우키메리오니 언덕 정상에 올라앉아 콜키스 평야와 리온 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1692년 대포에 맞아 부분 붕괴된 뒤 긴 세월 폐허로 남아 있다가, 2012년 복원 공사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열었다.
입장료가 없다. 조지아 국보급 문화재를 정부가 직접 관리하기 때문이다. 내부에 정교회 프레스코화와 성상화가 일부 남아 있고, 외벽의 석조 장식은 11세기 장인의 솜씨를 보여준다. 한 시간이면 둘러볼 수 있으니, 쿠타이시 도착 후 첫 코스로 추천한다.
젤라티 수도원: 수도 원정이 세운 대학
바그라티 대성당에서 차로 10분. 참나무 숲 길을 따라 오르면 젤라티 수도원(Gelati Monastery)이 나타난다. 1106년 바그라트의 후계자 다윗 4세가 조지아의 학문 중심지로 세웠다. 다윗 4세는 셀주크 투르크에 맞서 조지아를 지킨 왕이자, 자신이 세운 젤라티 아카데미(Gelati Academy)에서 직접 강의를 들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정면에 서면 마치 요새처럼 보이는 담벼락이 12km. 내부는 12세기 프레스코화와 모자이크가 보존되어 있어, 동방 정교회 미술의 정수를 만날 수 있다. 주교좌 성당인 성모 마리아 교회(Church of the Virgin Mary)의 북쪽 벽에 다윗 4세의 무덤이 있다. 그가 남긴 유언은 "이 문 앞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라"였다고 한다.
199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고, 2010년대에 보존 공사가 있었다. 젤라티까지는 쿠타이시 버스터미널에서 1시간에 한 번 꼴로 마르슈루트카가 다닌다.
쿠타이시 시내: 느긋한 하루
바그라티와 젤라티를 둘러봤다면, 나머지는 강변을 걷기 좋다. 콜키스 분 Fountain 광장에서부터 시작해 뉴 시가지의 네스미니 공원(Nesmini Park)까지 1.5km 구간에 카페와 식당이 늘어선다. 시내 중심부의 콜키스 분수(Colchis Fountain)는 신화 속 동물 조각이 있는 조형물이다. 가볍게 사진을 찍고 5~10분이면 둘러볼 수 있다.
쿠타이시 중앙시장(Kutaisi Market)은 신선한 농산물과 향신료를 파는 노천 시장이다. 입구의 할머니들이 파는 처치켈라(견과류를 과일 시럽에 담가 말린 간식)를 사서 강변에 앉아 먹어보자. 하나에 1 GEL(약 572원)이다.
실용 정보
- 입장료: 바그라티 대성당, 젤라티 수도원 모두 무료
- 영업시간: 오전 09:00~18:00(여름은 17:00까지)
- 교통: 트빌리시에서 기차로 4시간 30분~5시간. 기차편은 트빌리시 중앙역에서 매일 2~3편. 마르슈루트카는 디두베 버스터미널에서 출발, 약 4시간
- 숙소: 쿠타이시 구시가지의 게스트하우스는 하룻밤 30~50 GEL(약 17,200~28,600원). 에어비앤비나 부킹닷컴으로 예약 가능
- 환율: 1 GEL ≒ 572 KRW(2026년 6월 기준, XE.com)
- 추천: 쿠타이시 투어는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트빌리시에서 당일치기도 가능하지만, 하룻밤 묵으며 느긋하게 즐기길 권한다
쿠타이시는 트빌리시와 다른 매력이 있다. 관광객이 적고 물가가 싸며, 사람들이 느긋하다. 바그라티 언덕에서 노을을 보고, 리온 강변을 걸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