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빌리시 3일 코스: 처음이라면 이렇게 걸으세요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 “따뜻한 곳”이라는 뜻의 이름처럼, 도시 어디서나 유황 온천의 김이 피어오르고 골목마다 와인 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립니다. 1,500년의 역사가 페르시아 돔과 소비에트 아파트, 현대적 유리 다리 사이사이에 켜켜 쌓여 있죠.
이 글은 2026년 6월 기준으로, 트빌리시를 처음 방문하는 한국인 여행자를 위해 짠 3일 코스입니다. 구시가지 산책부터 대성당, 와인 테이스팅까지 — 친구가 추천해주는 것처럼, 꼭 필요한 정보만 담았습니다. 3일이면 충분합니다.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으니까요.
※ 모든 요금은 1 GEL = 570원(2026년 6월 기준)으로 환산했습니다.
Day 1: 구시가지, 발길 닿는 대로 걷기

오전 — 자유광장에서 시작
메트로 1호선 자유광장(Liberty Square)역에서 나오면, 광장 중앙의 황금빛 성 게오르기 동상이 반깁니다. 여기가 구시가지 탐험의 출발점입니다. 동상 앞에서 사진 한 장 찍고, 곧장 골목으로 접어드세요.
도보 10분이면 평화의 다리(Bridge of Peace)가 나옵니다. 2010년 개통한 156m의 파도 모양 보행교, 이탈리아 건축가 미켈레 데 루키가 설계했습니다. 낮에 건너봐도 좋고, 밤에 LED 조명이 켜진 걸 다시 보러 와도 좋습니다. 무료입니다.
오후 — 케이블카로 나리칼라 요새 & 유황 목욕탕가
다리를 건너면 리케 공원(Rike Park)이 나옵니다. 공원 안에 케이블카 탑승장이 있어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나리칼라 요새(Narikala) — 4세기에 세워진 트빌리시 최고의 전망대입니다. 구시가지가 발 아래 펼쳐지고, 쿠라 강이 도시를 가로지르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 케이블카: 편도 2.5 GEL(약 1,430원), 왕복 5 GEL(약 2,860원)
- 운행: 오전 10시 ~ 밤 10시
- 요새 입장료: 무료
요새에서 골목길로 걸어 내려오면 유황 목욕탕가(Abanotubani)에 닿습니다. 지하에서 솟는 천연 온천을 이용한 페르시아풍 돔 건물들이 모여 있는 곳이죠. 트빌리시라는 이름의 기원이 된 장소입니다.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프라이빗 룸을 1시간 예약해 보세요. 하루 걷고 들어가는 유황탕은 다릅니다.

- 공중 목욕탕: 남성 10 GEL(약 5,700원) / 여성 6 GEL(약 3,430원)
- 프라이빗 룸: 70~130 GEL/시간(약 39,900~74,100원), 방 크기에 따라 1~8인용
- 팁: 마사지 서비스를 함께 받는 것을 추천합니다. 예약 필수.
목욕탕가에서 다시 구시가지로 올라오는 길에 시오니 대성당과 트빌리시 최고(最古) 교회인 안치스하티 대성당을 들르세요. 시오니 대성당은 성 니노의 포도나무 십자가를 모시고 있고, 안치스하티는 일요일 아침 성가(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조지아 다성법)를 들을 수 있습니다. 둘 다 무료입니다.
저녁 — 친칼리로 첫 끼

구시가지에 자리한 Sofia Melnikova’s Fantastic Douqan에 가세요. 현지인과 여행자 모두가 인정하는 베스트 친칼리 집입니다. 친칼리(만두국) 1인분에 15~25 GEL(약 8,550~14,250원). 조지아 샐러드와 하차푸리(치즈빵)를 곁들이면 완벽한 첫 저녁이 됩니다. 가격대는 합리적인 편(₾₾)이고, 분위기도 좋습니다.
- 추천 식당: Sofia Melnikova’s Fantastic Douqan, Asi Khinkali, Cafe Daphna
- 예산: 1인 15~25 GEL(약 8,550~14,250원)
- 이동 팁: 구시가지 명소는 전부 도보 20분 이내. 대중교통 불필요.
식사 후 평화의 다리 야경을 보러 다시 가세요. 3만 개 이상의 LED가 강물 위에 반사되는 장면은 하루를 마감하기에 완벽합니다.

Day 2: 박물관, 대성당, 그리고 시장
오전 — 조지아 국립박물관
메트로나 도보로 루스타벨리 거리(Rustaveli Avenue)로 향합니다. 트빌리시 중심 번화가로, 의회 의사당과 오페라 하우스가 늘어선 1.5km의 산책로입니다.
거리 한가운데 조지아 국립박물관(Simon Janashia Museum)이 있습니다. 조지아 고고학 컬렉션, 황금 유물, 그리고 소비에트 점령기 전시가 하이라이트입니다. 조지아가 왜 “와인의 발상지”인지, 이 땅의 역사가 얼마나 깊은지를 한눈에 보여줍니다.
- 입장료: 성인 30 GEL(약 17,100원), 학생 할인 있음
- 운영: 화~일요일 10:00~18:00, 월요일 휴무
오후 — Dry Bridge 시장 & 츠민다 삼메바 성당
박물관에서 도보로 Dry Bridge 시장으로 이동합니다. 매일 11:00~18:00에 열리는 노천 벼룩시장으로, 소비에트 시대 골동품, 그림, 주화, 카메라, 은제품이 쏟아집니다. 주말이 더 활기찹니다. 하나도 안 사도 구경하는 재미가 큽니다.
시장에서 택시(Bolt)로 츠민다 삼메바 성당(Holy Trinity Cathedral / Sameba)로 이동하세요. 1995년부터 9년간 공사해 완성한 86m 높이의 대성당으로, 동방정교회에서 가장 큰 성당 중 하나입니다. 구시가지에서 도보 20분, 택시로는 5~7 GEL(약 2,850~3,990원)이면 도착합니다. 입장 무료, 복장만 단정히.
- Dry Bridge 시장: 매일 11:00~18:00, 무료 입장
- 택시(Bolt): Dry Bridge → Sameba 약 5~7 GEL(약 2,850~3,990원)
저녁 — 모던 조지아 요리
루스타벨리 거리 인근 Chveni Restaurant을 추천합니다. 전통 요리를 모던하게 재해석한 메뉴, 분위기 좋은 인테리어로 현지 디너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가격대는 중상(₾₾₾)이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친칼리를 좋아한다면 Klike’s Khinkali도 근처에 있으니 참고하세요.
- 추천 식당: Chveni Restaurant(모던 조지아), Klike’s Khinkali(친칼리 전문)
- 이동 팁: 루스타벨리 거리는 메트로 1호선과 평행으로 달리므로, 돌아올 때 메트로를 타면 편리합니다.
Day 3: 자연, 와인, 그리고 마무리
오전 — 트빌리시 바다(Tbilisi Sea)
사흘째는 잠시 도시를 벗어납니다. 1953년에 조성된 인공호 트빌리시 바다는 6월이면 수영과 피크닉을 즐기기에 딱 좋습니다. 버스 #29번이나 Bolt 택시로 중심가에서 15~20분이면 도착합니다. 택시 요금은 약 15 GEL(약 8,550원).
해변을 따라 산책하고, 가져간 빵과 치즈로 간단한 브런치를 즐기세요. 제트스키 등 수상 액티비티도 가능합니다. 6~8월에 최적이고, 그 외 계절은 산책 위주로 즐기면 됩니다.
- 접근: 버스 #29(1 GEL, 약 570원) 또는 Bolt 택시 약 15 GEL(약 8,550원)
- 팁: 여름엔 수영복 필수. 일광이 강하니 썬크림 준비.
오후 — 마츠히스미 공원 & 와인 테이스팅
돌아와서 나리칼라 요새 위쪽 산 정상에 있는 마츠히스미 공원(Mtatsminda Park)으로 올라갑니다. 테마파크와 전망대가 함께 있어, 트빌리시 전체를 한 번 더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입장은 무료, 놀이기구는 개별 요금입니다.
오후 늦게 구시가지로 돌아와 와인 테이스팅을 예약하세요. 조지아는 8,000년 전통의 와인 발상지입니다. Karalashvili 1396(17세기 와인 셀러)이나 Vineria에서 5~6잔 테이스팅을 즐기면 약 35~50 GEL(약 19,950~28,500원)입니다. 크베브리(Qvevri) 방식으로 만든 오렌지 와인은 세계 어디서도 흉내 낼 수 없는 맛입니다.
- 마츠히스미 공원: 입장 무료, 놀이기구 개별 요금
- 와인 테이스팅: 5~6잔 기준 35~50 GEL(약 19,950~28,500원)
- 추천 와인 바: Karalashvili 1396, Vineria
저녁 — 마지막 만찬
구시가지 Tavla에서 고품질 조지아 음식으로 마지막 저녁을 장식하세요. 와인 바에서 고른 한 병과 함께하면, 3일간의 트빌리시가 완벽하게 마무리됩니다.
- 추천 식당: Tavla(고품질 조지아 요리, 합리적 가격 ₾₾)
트빌리시 실용 정보 — 이것만 알면 된다
대중교통
- 버스/메트로: 1 GEL(약 570원)에 90분 무제한 환승
- 메트로머니 카드: 2 GEL(약 1,140원)에 구매 후 충전식
- 결제: 교통카드 또는 신용카드/Apple Pay를 직접 태그 가능
택시
- Bolt 앱 필수. 길거리 택시는 바가지 요금의 주범입니다.
- 공항 → 구시가지: Bolt 기준 25~35 GEL(약 14,250~19,950원)
결제 & 현금
- 대부분의 식당·카페에서 카드 결제 가능
- 소형 상점, 시장, 목욕탕은 현금(GEL)이 필요할 수 있음
- ATM은 구시가지 곳곳에 있으니 큰 금액을 미리 뽑을 필요는 없습니다
최적 방문 시기 & 비자
- 최적: 5~6월, 9월(기온 15~25°C, 쾌적)
- 7~8월은 35°C 이상 폭염, 겨울은 영하이지만 눈 내린 구시가지도 낭만 있음
- 비자: 한국 여권 90일 무비자
안전 주의사항
- 트빌리시는 전반적으로 안전한 도시
- 메트로·버스 러시아워 시간대 소매치기 주의
- 공항 앞 대기 택시 절대 탑승 금지 — Bolt 앱 사용
- 구시가지 일부 카페에서 과다 청구 사기 주의 — 메뉴판 확인 습관화
마무리: 3일이면 충분하다
트빌리시는 거창한 계획이 필요 없는 도시입니다. 구시가지 골목을 걷다 보면 어느새 유황 목욕탕 앞에 서 있고,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도시 전체가 발 아래 펼쳐집니다. 친칼리를 손으로 집어 먹고, 8,000년 된 와인을 한 모금 마시는 순간 — “아, 조지아에 왔구나” 하고 깨닫게 됩니다.
3일이면 구시가지도, 박물관도, 대성당도, 와인도 전부 만납니다. 그리고 아마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다음에는 며칠을 더 붙여야겠다고 생각하겠죠. 그건 나중의 일입니다. 지금은 짐을 챙기세요. 트빌리시가 기다립니다.
이 글의 모든 정보는 2026년 6월 기준입니다. 요금과 운행 시간은 변동될 수 있으니 출발 전 다시 확인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