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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와인의 수호자들: 8,000년 전통을 이어가는 사람들

조지아(Georgia)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국이다. 8,000년 전부터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빚었다. 2017년 드레스덴 대학 연구진이 발굴한 고대 토기에서 와인 찌꺼기가 발견되면서 이 사실이 확인됐다. 2013년에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도 등재됐다. 조지아 와인의 핵심은 "쿠르지(Kvevri)"—땅 속에 묻는 점토 항아리에서 발효와 숙성을 거치는 전통 방식이다. 한 번 묻으면 6개월 후에 꺼낸다.

조지아 전통 쿠르지 항아리에서 와인을 담그는 장면

쿠르지(Kvevri): 8,000년 전통의 항아리 와인

조지아 와인은 이 항아리에서 시작된다. 쿠르지(Qvevri)다. 점토로 만든 알몬드형 대형 항아리로, 크기는 1,200~3,000L까지 다양하다. 쿠르지의 표면은 밀랍으로 코팅된다. 항아리 안에서 포도 껍질, 씨, 줄기를 모두 넣고 자연 발효시킨다. 껍질과 씨의 타닌이 와인에 깊은 보랏빛을 입히고, 5~6개월간 땅속에서 숙성된다.

2013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이 방식은 점점 사라지는 대신, 오히려 2010년대 들어 "자연 와인(natural wine)" 열풍을 타고 전 세계 와이너리에서 주목받고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슬로베니아의 젊은 와이너리들이 쿠르지를 수입해가며, 조지아 전통 방식으로 와인을 빚고 있다.

카헤티 지역 포도밭과 카프카스 산맥 전경

525종의 포도, 그리고 자연의 섬세함

조지아는 포도 품종만 525종이 자생한다. 씨를 뿌리고, 나무가 자라고, 태양이 익히고, 사람이 거둔다. 지구상에서 포도 품종이 가장 다양한 곳이다. 대표적인 적포도는 사페라비(Saperavi), 백포도는 르카지텔리(Rkatsiteli)다. 조지아 와인의 대부분은 이 두 품종으로 만든다.

카헤티(Kakheti)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이 가장 유명하다. 트빌리시에서 동쪽으로 약 100km. 포도밭과 교회가 어우러진 풍경이 이어진다. 방문객은 봄부터 가을까지 포도밭을 방문할 수 있다. 사페라비(Saperavi)로 만든 적와인은 깊은 색과 묵직한 맛이 특징이고, 르카지텔리(Rkatsiteli)로 만든 호박색 백와인(Rkatsiteli)은 호박색과 호두, 말린 과일 향이 난다.

마라니 와이너리에서 조지아 와인 시음하는 모습

마라니, 가족이 빚는 와인

조지아에서 "마라니"는 가족 와이너리를 부르는 말이다. 대기업이 아니라, 집안 대대로 포도밭을 가꾸며 와인을 빚는 곳이다. 마라니 한 곳에 방문하면, 접대의 미학을 경험할 수 있다. 집 앞 포도밭을 구경하고, 지하 저장고에서 쿠르지를 열어 보여주며, 마지막에는 빵과 치즈, 견과류를 곁들여 시음을 한다. 시음은 5~7잔이 기본이고, 100₾(약 40,000원) 정도면 가볍게 즐길 수 있다.

마라니는 대부분 가족 운영이라 영어가 통하지 않는 곳이 많다. 하지만 언어가 필요 없다. 와인 한 잔에 담긴 정성은 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1구역 1마라니가 원칙. 하루에 한 곳만 방문하길 권한다.

어디서 마실까: 트빌리시 와인 바 추천

트빌리시의 와인 바는 저녁이 되면 빛난다. 구도심에 위치한 고노고노(GVINO)는 80종 이상의 조지아 와인을 잔으로 마실 수 있다. 잔당 1유로(1,440원)부터. 영어 메뉴가 있다. 조지아 와인 입문자에게 가장 추천하는 곳이다.

한 잔당 2~5 GEL(약 1,140~2,860원). 트빌리시 구시가지 식당에서 조지아 와인 한 병을 시키면 15~20 GEL(약 8,580~11,440원)이면 충분하다. 8000 Vintages는 트빌리시에 5개 매장이 있는 체인 와인숍이다. 한 병에 15~30 GEL(약 8,580~17,200원). 직원에게 예산을 말하면 어울리는 와인을 찾아준다.

쿠르지 와인 vs 유럽식 와인

조지아 와인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 쿠르지 와인: 항아리 발효. 껍질·씨를 함께 넣어 타닌이 강하고, 호박색~주황색을 띤다. 전통 방식. 5~6개월 숙성.
  • 유럽식 와인: 스테인리스 탱크 발효. 껍질을 제거해 맑고 깔끔하다. 3~4주 숙성. 현대적 방식.

와인 축제와 이벤트

매년 5월 트빌리시에서 열리는 네오필리만 와인 페스티벌(New Wine Festival)과 10월의 조지아 와인 페스티벌은 가볼 만하다. 특히 5월 첫 주에 열리는 축제에서는 신작 와인을 먼저 맛볼 수 있다. 입장료 5~10 GEL(약 2,860~5,720원).

실용 정보: 와인 여행

와인 시음 가이드 조지아 와인은 여러 종류가 있다. 지역마다 특징이 다르다.

  • 가이드 투어: 3시간 투어 약 30 GEL(약 17,200원). 마라니 1~2곳 방문
  • 쿠르지 시음: 1인 15~30 GEL(약 8,580~17,200원), 5~6잔
  • 구입: 시장이나 마트에서 한 병 10~15 GEL(약 5,720~8,580원). 공항 면세점도 있다
  • 추천 시기: 9~10월 수확기, 5월 축제 기간. 가을 단풍과 포도 수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 주의: 쿠르지 와인은 타닌이 강해 처음엔 낯설 수 있다. 유럽식 와인부터 시작하길 권한다

조지아에서 와인은 음료가 아니다. 하나의 언어이자 삶의 방식이다. 쿠르지에서 8,000년을 숙성한 전통이 지금도 살아 숨 쉬고 있다. 트빌리시의 작은 와인 바에 앉아, 한 잔을 기울여 보자. 그것만으로 조지아를 제대로 만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