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Georgia) 와인 이야기에서 포도와 발효만큼 중요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그 와인을 담는 항아리, 크베브리(Qvevri)입니다. 알(egg) 모양으로 빚어 땅속에 묻어 쓰는 이 점토 항아리는, 기원전 6천년기부터 코카서스에서 쓰인 인류 최고(最古)의 와인 양조 용기로 꼽힙니다(출처: 위키백과 Kvevri). 그러나 크베브리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제품이 아닙니다. 한 점토장인의 손으로 몇 달에 걸쳐 빚어지고, 일주일 내내 가마의 불을 지켜야 비로소 완성됩니다. 이 글에서는 크베브리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카헤티(Kakheti) 마을에서 4대째 이 전통을 잇는 장인의 삶을 소개합니다.
1. 크베브리란 무엇인가
크베브리는 손잡이 없는 알 모양의 대형 토기로, 조지아 전통 와인의 발효·숙성·저장을 모두 맡는 그릇입니다. 크기는 20리터짜리 소형부터 1만 리터짜리 거대형까지 다양하며, 가장 흔히 쓰이는 규격은 약 800리터입니다(출처: 위키백과). 결정적인 특징은 용기 전체를 땅속에 묻어 쓴다는 점입니다. 흙이 자연스러운 단열재 역할을 해 연중 안정적인 발효 온도를 유지해 줍니다. 조지아는 이 크베브리 와인 양조법을 2011년 국가무형유산으로 등록했고, 2013년에는 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등록번호 00870)으로 등재했습니다(출처: UNESCO).
2. 점토에서 항아리까지: 크베브리 제작 공정
크베브리 한 개가 완성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립니다(출처: Saperavi Brothers). 과정은 대략 네 단계로 나뉩니다.
- (1) 점토 채취 — 장인마다 자신이 알고 있는 현지 채토장(favourite clay spot)에서 진흙을 캐옵니다. 점토의 광물 성분이 와인의 미네랄에 영향을 주므로, 흙 고르기부터가 와인의 맛을 결정하는 일입니다(출처: 위키백과).
- (2) 성형(shaping) — 손으로 한 층 한 층 올려 알 모양을 빚습니다. 물레를 쓰지 않고 손으로 쌓아 올리는 것이 전통 방식입니다.
- (3) 소성(firing) — 완성된 항아리를 가마(kiln)에 넣고 약 일주일간 불에 굽습니다. 이때 누군가는 24시간 내내 가마 곁을 지키며 장작을 보충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굽는 동안 항아리는 색이 여러 번 바뀌고, 장인은 그 색과 항아리가 내는 특유의 소리(울림)로 적정한 시점을 판별합니다(출처: Around the World in 80 Harvests).
- (4) 마감 — 벌집과 석회 — 식힌 뒤 내벽에는 벌집(beeswax)을 입혀 살균과 방수 효과를 주고, 외벽에는 석회(limestone)를 발라 지진과 땅의 습기로부터 항아리를 보호합니다(출처: Around the World in 80 Harvests).
3. 전통을 잇는 사람들: 자자 크빌라슈빌리와 바르디수바니
카헤티(Kakheti) 와인 산지의 문화 중심지 텔라비(Telavi)에서 차로 약 3km, 바르디수바니(Vardisubani) 마을에는 크베브리 제작으로 널리 알려진 한 가문이 있습니다. 자자 크빌라슈빌리(Zaza Kbilashvili)는 아버지 레미(Remi)로부터 이어받은 4대째 크베브리 장인입니다(출처: Saperavi Brothers; 출처: Georgian Holidays). 자자는 한때 가업을 잇기를 망설이기도 했지만, 크베브리가 조지아 와인 문화의 근간이라는 깨달음 아래 지금은 오히려 젊은 세대에 장인 정신을 가르치는 역할을 자처합니다. 그의 주문 대기열(waiting list)은 갈수록 길어지고 있어, 주문한 뒤 실제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출처: Saperavi Brothers).
바르디수바니만이 전통 제작지는 아닙니다. 위키백과가 정리한 대표 크베브리 생산 마을로는 구리아(Guria)의 아차나(Atsana), 이메레티(Imereti)의 마카투바니·슈로샤·트켐로바나·치키룰라, 그리고 카헤티의 바르디수바니가 있습니다(출처: 위키백과). 문제는 장인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문가 추산으로 현재 조지아 전역에서 활동하는 크베브리 장인은 12명 미만에 불과합니다(출처: Around the World in 80 Harvests). 손으로 점토를 쌓고 일주일을 가마 곁에서 지새우는 고된 작업을 기꺼이 감당할 젊은 후계자가 드물기 때문입니다.
4. 가격과 가치: 한 번 만들면 수백 년을 쓴다
크베브리는 비싸지만, 그만큼 오래 씁니다. 2026년 현지 기준으로 약 2,000리터 규격 1개당 약 USD 2,000(약 5,340 GEL) 수준입니다(출처: Around the World in 80 Harvests; 교차검증: 도멘조지아는 프랑스산 오크통 대비 약 60% 저렴하다고 비교). 잘 만든 크베브리는 수백 년까지 사용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경제적입니다. 단, 매년 수확 뒤에는 사람이 직접 항아리 안으로 들어가 청소하고 석회·벌집 코팅을 다시 입혀야 하는 번거로운 관리가 따릅니다.
2026년 6월 현재 환율 기준 1 GEL ≈ 577원 / 0.37달러이므로(출처: 실시간 환율, 2026-06-21), 2,000리터 크베브리 한 개는 약 308만원 수준입니다. 본문 가격은 현지 장인 기준 약가로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5. 크베브리 공방 방문하기: 카헤티 여행 팁
크베브리 장인의 작업을 직접 보고 싶다면 카헤티 지역 일정에 바르디수바니를 넣어보세요. 텔라비에서 가까워 시그나기(Sighnaghi)·구다우리·트빌리시 일정과 쉽게 연결됩니다.
- 어디서 — 텔라비(Telavi) 인근 Vardisubani 마을의 크빌라슈빌리 가문 공방. 현지 와인 투어 에이전시를 통해 방문 예약이 가능합니다(출처: Georgian Holidays, Kbilashvili Winery).
- 무엇을 보나 — 크베브리의 역사 해설, 전통 성형·소성 과정 관찰(운이 좋으면 가마 불을 넣는 마지막 단계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크베브리에 발효·숙성한 앰버 와인(amber wine) 시음.
- 언제 — 가을 수확기(9~10월)와 봄(4~6월)이 와인 양조 현장과 포도밭을 함께 보기에 가장 좋습니다. 겨울(12~2월)은 장인들이 새 항아리를 빚는 제작기라 공방 관찰에 유리합니다.
- 함께 둘러볼 곳 — 텔라비의 알라베르디(Alaverdi) 수도원과 포도밭, 시그나기의 와인 박물관, 그리고 근처 가족 양조장에서의 크베브리 와인 시음을 한 코스로 묶을 수 있습니다.
6. 여행 팁: 예산과 매너
- 예산 가이드 — 크베브리 공방 견학 + 와인 시음은 보통 1인당 수십 GEL 수준이며, 가족 양조장의 디너 + 시음 패키지는 1인당 약 80~150 GEL 선입니다(출처: 현지 투어 약가, 2026년 기준). 전용 가이드 투어로 묶으면 텔라비·시그나기 1일 일정이 약 200~350 GEL/인입니다. 1 GEL ≈ 577원이므로 1인 1일 투어는 약 11만~20만원 수준입니다(출처: 실시간 환율, 2026-06-21).
- 예약 — 공방은 작은 가족 단위로 운영되므로 사전 예약이 필수입니다. 성수기(가을 수확철)에는 2~3주 전 예약을 권합니다.
- 매너 — 크베브리는 여전히 쓰이는 살아있는 공예품입니다. 만지거나 가마 가까이 가기 전에는 반드시 장인의 허락을 구하세요. 와인 시석 제의(toast, “Gaumarjos!”)에는 잔을 부딪치며 응하는 것이 조지아식 환대입니다.
- 기념품 — 대형 크베브리는 운반이 어렵지만, 소형 탁상용 크베브리 모형·도자기 잔은 기념품으로 좋습니다. 크베브리 양조 앰버 와인 한 병도 좋은 선택입니다.
마무리 — 와인잔에 담긴 한 모금의 조지아 와인은, 사실 그 이전에 점토와 불과 시간이라는 훨씬 긴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카헤티의 한적한 마을에서 일주일을 불을 지키는 장인의 손길이 없었다면, 그 맛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음 조지아 여행에서는 와인만큼이나 그 항아리를, 그리고 그 항아리를 빚는 사람을 만나보세요. 크베브리 공방 방문과 와인 시음 코스 안내가 필요하면 아래를 참고하세요.
🏺 크베브리 공방 방문 코스 자세히 보기 및 예약 문의 →
출처: 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등록번호 00870, 2013 등재/2011 국가등록); 위키백과 Kvevri; 조지아 국립와인청(wine.gov.ge); Saperavi Brothers·Around the World in 80 Harvests·Georgian Holidays. 환율은 실시간 조회 기준(2026-06-21)이며, 가격은 현지 장인·투어 기준 약가로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